2016.11.17 22:23
경포대 백사장을 걸으면서
쌀알처럼 쏟아지는 햇살에 묵은 것들을 말려요.
내 안의 헛된 것들, 넘치는 꿈, 놓지 못한 그리뭄,
잡으려다 놓쳐버린 별 그리고 비뚤어진 생각의 진해들까지.
다 풀어놓았어요.
어찌 이리도 많이 채웠을까요.
백사장에 가지런히 펼쳐놓고 말리는데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적어서일까요.
헛헛하고 아릿해오네요.
바다만큼 깊어진 슬픔에 눈물이 나요.
불우하게 한평생을 살다간 고흐의 말이 떠오르네요.
"평생을 산다는 것은 걸어서 별까지 가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 어쩌면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벽을 넘어야 하는 담쟁이와 같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삶에는 공평한 것이 있기에 부족해도 견디는 거죠.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시간을 거스르는 힘은 생명이 있는 무엇에게도 없으니까요.
오늘 떠오른 해도 지게 되어 있고, 방금 피어난
보랏빛의 난초도 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밤이 가면 또 아침이 오듯 태어나는 사람이 있으면 죽는 사람이 있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재할 이유가 있지만
또 떠나야 할 이유도 있죠.
만남이 곧 이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오르막도 내리막도 슬픔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인생이라는 텍스트를 정확이 이해하는 데는
시간의 셰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짧은 만큼, 긴 만큼, 딱 그만큼의 이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죠.
뼈저린 자기 성찰의 고백을 통해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걸어서 별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왔던 길로 웃으며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죠.
글 출처 :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김정한, 미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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