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3 17:00
봄 햇살 걸어놓고
-박종영-
봄햇살 걸어놓고
겨우내 찌는 풍경 쓸어내다가
내 마음 씻는 걸 잊어버리는 분주한 봄날입니다.
옆집 담 너머로 백색의 등을 다는 목련,
어두운 골목길에 메밀꽃 같은 웃음이 가득히 쌓여 환합니다
곧 피어날 목련의 보송보송한 젖무덤을 엿보았습니다
문득 설레는 마음 진정시키느라
관능의 몸짓으로 달려드는 하얀 웃음을
괜한 헛기침으로 밀어냅니다.
밭둑 노란 양지꽃이 서둘러 강산의 평화를 주워담고
보랏빛 제비꽃이 남풍 불러모아 치맛바람 펄럭일 때마다
낮은 곳으로만 얇게 이어지는 따스한 햇볕
그 품에 안기는 행운을 기다려 봅니다.
지루한 한나절 해 기우는 산기슭,
푸른 숲 방방거리며 아담한 둥지 물색하는 곤줄박이의 날갯짓이
한결 가볍게 봄기운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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