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4 18:48
가을 하늘의 곡예
-박종영
쑥부쟁이는 꼭,
산모퉁이에 모여 웃으면서 핀다
하루마다 변하면서 피는 것은
우리네 질긴 삶의 모습을 닮았다
강변 갈대숲이 석양빛에 수런거리는 것은
물새떼를 단잠에 들게 하는 자장가다
가을 들어 하루해가 짧아지고
누구의 안부가 궁금한 강변 으슥진 기슭에선
기러기 가족을 맞이할 집 짓기가 한창이다
더없이 높아 눈이 시린 가을 하늘,
저토록 살진 바람과 풋풋한 풀꽃과
구슬처럼 영롱한 열매를 길러준
부드럽고 융숭한 흙 앞에 엎드려
이 땅을 지킬 소명을 받들고 조아리며,
실패한 희망과 잃어버린 추억과
망각의 분노를 다스린다
그토록 열망하는 가을 하늘의 곡예는
꽃의 눈물로 향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건 우리네 익숙한 이별을 위한 예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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