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4 14:52
가을 끝자락에서 / 정기모
자작나무 잎들이 내려앉는 뜨락에
어디서 날아와 몸을 풀었는지
보랏빛 들국화 가만히 아침을 열면
아직도 낯 붉힐 일 남았는지
붉게 번져 오르다 잦아드는
목 언저리가 간지럽다
너의 세월에 경배한다기보다는
나의 세월을 더 단단히 여미는
베고 누운 가을 언저리가 쓸쓸하고
까닭 없이 눈시울 시큰거리면
그래 그렇게 낙엽처럼 가만히 엎드려
참으로 오랫동안 울어 볼 일이었다
하늘 밑 이리도
아름다운 계절에
여전히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이 가을 끝자락에 서서
마른 나뭇잎 향기 같은 인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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