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3 16:18
어느 겨울날 /김윤배
어느 겨울날 나는 얼음처럼 투명한 시간 속을 걸었네
앞서간 사람들의 발소리가 따뜻하게 남아 있었네
바람은 모든 떨림을 담아내고 햇살은 추억이었네
내가 만난 것은 버려진 것들의 슬픔이었네
버려진 것들은 한동안 빛이었으나
회색의 단단한 몸으로 굳어져
깨지지 않는 말이 되어 있었네
나는 말의 완강한 슬픔을 보았네
시간 속에서 들꽃이 피고 물소리가 들리고
잎들은 색깔을 바꿔입었네
바람은 모든 떨림을 담아내어 슬픔에게 주었네
물소리가 떨고 색깔들이 떨었네
그것들은 떨면서 버려질 것이네
버려져 슬픔으로 빛나고 내가 시간 속을 걷는 동안
단단한 몸으로 굳어져 슬픔이 될 것이네
슬픔은 오랜 후에 터지는 힘이 될 것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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