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3 17:58
배롱나무 웃음
-박종영-
저토록 능숙한 흔들림으로
차진 가을바람을 불러모은다지,
붉은 춤사위는 마냥 서툴러서
백옥의 웃음을 던지면서 치마끈 푼다지,
조상묘 다스리지 못하고 후회막급하여
무성한 벌 안 훤하게 치장한 다음,
배롱나무 두 그루 한 쌍으로 마주 보게 심고 온 지
어언 몇 세월이 지난 후에,
어엿이 자란 아들이 벌초하고 와서 전하는 말은,
"배롱나무 그것들 몸뚱어리 반질반질하게
할아버지 묘 옆에 심은 것은 하얀 꽃으로 기쁨 손짓하고,
맞은편 할머니 묘 앞에 심은 것은
붉은 입술 탐나게 새색시 웃음 짓고 있더라고"
두 쌍이 나란히 그리움 건네고 있으니
참말로 벌 안이 아담하고 좋습디다"
그 말 듣고 보니 또 한 번 늦은 성묘가 차올라
나도 붉은 꽃, 빛의 문장(文章)을 오래 기억하는 일이
조상의 은덕 기리는 일이거니,
배롱나무 꽃피워 향기 가득한 날,
초가을 선선한 바람불면
그립도록 낯익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터,
아버지, 어머니 묘소 찾아가서 푸른 웃음 다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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